우울한 날은
장미 한 송이 보고 싶네
장미 앞에서
소리 내어 울던
나의 눈물에도 향기가 묻어날까
감당 못할 사랑의 기쁨으로
내내 앓고 있을때
나의 눈을 환히 밝혀주던 장미를
잊지 못하네
내가 물주고 가꾼 시간들이
겹겹 무늬로 익어 있는 꽃잎들 사이로
길이 열리네
가시에 찔려 더욱 향기로웠던
나의 삶이
암호처럼 찍혀 있는
아름다운 장미 한송이
'살아야 해, 살아야 해'
오늘도 내마음에
불을 붙이네
- 이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