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각 스님
그땐 그랬다
차라리 꿈이었기를
눈물로 흥건해진 마룻바닥이 번들거려
천장 대들보에 그려진 용이 꿈틀거리고
떨어지는 눈물 속에서 학이 날아다니던
한 생을 적시고도 남을 눈물
울컥울컥 토해내며
살아있음이 한없이 부끄러워
이번 생을 아슬아슬하게 버티며 매달리던
그리 녹록지 않은 시간이었는데
살아서는 풀지 못할
씨줄 날줄로 얽히고설킨
지긋지긋한 업의 굴레에서
언제쯤이나 벗어날 수 있는 건지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아직 모른다
결코, 세상과 타협하지 못해서
텅 빈 주머니 속에 자존심만 욱여넣은 채
그저
가슴속에서 일렁일렁 흐르는
변명의 모서리만 조금씩 쥐어뜯으며
나를 통째로 집어삼킨 장삼 자락에 숨어
오늘도
아무렇지 않은 척
그렇게 견디고 있을 뿐이다